- “교인·재정이 없어도 행복한 목회 꿈꿉니다”
- 총회 국내전도위원회, 제4차 개척교회 보고대회 제101~125호 개척 교역자들…나눔 통해 공감대 형성,
기성교회 인력·재정 지원 절실
- 2012.03.06 21:06 입력
총회 국내전도위원회(전도위․위원장 정진철 목사)는 지난 2월 20~21일 평창 켄싱톤 플로라호텔에서 제4차 개척교회 보고대회를 개최했다. 이에 이 대회를 중심으로 개척 교역자들이 공감하는 개척교회 현장의 소리를 들여다보는 것과 함께 이 대회에서 발표된 개척교회 사례를 살펴보고, 윤광중 목사(안양 신일교회)의 특강에 대해 정리했다.
글 싣는 순서
① 공감-개척교회 현장 이야기
② 경남·빛나는 교회 개척사례
③ 특강-창조적 목회의 가능성
■ 재정·인력 부족으로 성장 어려움 겪다
기존 교회에서 충분한 인력과 재정 지원으로 분립 개척된 교회는 시작부터 큰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기성 교회의 별다른 도움 없이 목회자 가족 중심으로 개척된 교회들은 대부분 재정과 인력 부족으로 교회 운영이 힘들다고 호소하고 있다. 개척교회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전도이지만 함께 전도하고 예배할 수 있는 교인이 거의 없다는 것이 더더욱 개척교회 목회자들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성도가 없다보니까 오는 분들이 정착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요.” 총회 3000교회100만성도 운동의 일환으로 지난해 6월 18일 설립감사예배를 드린 114호 빛나는교회 권구현 강도사의 말이다.
개척 구성원이 거의 없는 개척교회는 재정과 인력이 열악하기 때문에 교회로 들어오는 사람들마저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떠나는 이중고를 맛보고 있다.
“사람들이 개척교회는 안 오려고 해요.” 104호 대전 말씀사랑교회 최병윤 목사의 말이다. 기존 신자들뿐만 아니라 비기독인들도 교회의 분위기를 보고 개척교회를 꺼린다는 것이다. 이양이면 잘 갖춰진 교회로 가려고 한다. 심지어 개척교회 목회자 자녀들조차도 개척교회보다는 기존교회로 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기존 교회나 대형교회에서 느낄 수 없는 목회나 설교를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사람들이 정착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예배도 뭔가 달라야 합니다.” 오후예배를 테마예배로 드리고 있다는 124호 부산 정다운교회 황중경 목사의 말이다. 지난해 12월 17일 개척설립예배를 드린 정다운교회는 다른 교회와 달리 사상교회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개척돼 재정적인 면에서 다소 나은 편이다. “대안학교를 한 번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설명하는 116호 경남 함안 행복한교회 이강신 목사는 “재정적인 부분이 채워지면 힘 있게 사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척교회는 대부분 예배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건물을 임대하기 때문에 전세금과 다달이 나가는 월세가 큰 부담이다. 개척 교역자들이 건물을 빌리고 그것을 예배 공간으로 사용하기 위해 꾸미며 교회 시설을 갖추는데 많은 돈을 들이게 된다. 이러한 재정은 금융권이나 개인적으로 빌리거나 후원을 받아서 충당하게 된다. 이처럼 교회를 시작할 때 상당한 재정이 들어감으로써 매월 내야 하는 수십만 원의 월세가 중압감으로 다가온다. 교인들이 어느 정도라도 있으면 별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교회당 건물과 사택의 월세를 감당하는 것조차 버겁다. 이 때문에 목회자들의 사례는 생각할 수조차 없다. 대부분 후원에 의존하고 있는 개척교회는 지원으로 들어오는 돈은 교회 운영이나 월세로 거의 나간다. 이것이 개척교회의 현실이다.
교회가 개척될 때 후원해주는 곳이 있으면 그나마 여유가 있다. 그렇지 않은 교회들은 재정적으로 더욱 압박받게 된다. 114호 빛나는교회의 경우는 후원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총회에서 전도위를 통해 후원한 개척교회 지원금 1000만 원과 설립예배 때 드려진 헌금에 의존함으로써 물질 면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 양이 없는 목자는 의미가 없다
개척교회들이 무엇보다 힘쓰고 있는 것이 전도다. 전도하지 않으면 결코 사람들이 오지 않는 게 개척교회다. 양이 없는 목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러기에 개척 교역자에게는 양이 필요하다.
이번 보고대회에서는 개척교회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전도하고 있는 것이 소개됐다. 개척교회들은 두뇌전도, 관계전도, 전도지에 여러 가지 용품을 붙여서 나눠주는 전도, 영어 악기 등 지도를 통한 교육 등으로 전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회들은 주로 전도지를 통한 전도에 나서고 있으나 큰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전도지를 받는 사람들이 그것을 버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 교회들은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그래서 전도물품과 함께 전도지를 나눠주고 있는 것이다. 정다운교회는 사람들이 버리지 않는 전도지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 손바닥한 전도지를 직접 제작해 공격적으로 전도하고 있다. “우리 전도지를 버리는 사람을 별로 보지 못했어요.”(황중경 목사)
개척교회 목사들은 자체적으로 전도하는 것이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웃 교회들이나 지역교회연합회에 속한 교회가 연합으로 전도하는데 참여하기도 한다. 전도로 서로 돕고 있는 것이다. 이에 개척 목사들은 “규모가 있는 교회들이 개척교회나 미 자립교회들과 자매결연해서 전도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대형 교회들이 개척교회를 위해 전도팀을 파송해 실질적으로 전도해주거나 전도용품과 예배팀을 지원함으로써 개척교회를 도울 수 있다는 것이다.
개척교회이지만 기성교회 성도들이 함께 예배에 참여함으로써 예배, 영적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개척교회에서 가장 힘든 부분이 재정과 함께 예배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개척 목회자들이 눈물 없이 드릴 수 없는 게 가족들과 함께 드리는 첫 예배다. 이후에도 교인들이 들어오지 않으면 마찬가지 현상이 이어진다.
“교회설립예배 후에 제가 섬긴 교회에서 두 주에 한 번 예배를 마치고 전도대원 5,60명이 아파트, 지하철 일대 등에서 전도하니까 입소문을 통해서 교회가 자연스럽게 알려지게 됐다. 전도에는 왕도가 없다”고 말하는 112호 대구 은혜시민교회 김종호 목사는 “큰 교회가 개척교회에 전도팀을 파송해서 전도를 하면 개척교회가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시했다.
교회를 개척하면서 많이 경험하는 것이 바로 예배 시간의 외로움이다. 목회자 가족만이 예배에 참석하면 목사는 그의 부인을 대상으로 예배하는 쓸쓸함을 맛봐야 한다. 더구나 사모가 참석하지 못할 경우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설교해야 한다. 교인이 없으면 나태해지기 쉬운 것은 바로 목회자가 자신과 시간을 잘 관리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함께 예배하는 교인이 없으면 정해진 시간을 어길 가능성도 크다. 기성교회에서 담임이나 협력 교역자로 섬기면서 일정한 사례를 받고 지내다가 개척이라는 문을 통과하면서 목회환경이 전혀 새롭게 바뀜으로 거기에 적응해가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모든 게 자유롭다보니 헤이해지기가 쉽다. 그런 면에서 사모의 역할도 중요하다.
개척목사들은 “어떤 분들은 사역자가 배고파봐야 하나님 앞에 엎드린다고 하는데 일리가 있는 생각이다. 하지만 경제적인 문제가 사역을 누르게 되면 에너지를 쏟아야 할 부분에 쏟지 못하는 개연성이 있다”며 “가능하면 규모 있는 교회들이 개척교회와 결연을 맺어서 목회자들이 사역에 전념할 수 있고, 에너지를 사역에 쏟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 한 영혼에 대한 갈급함 누리다
개척교회 교역자들이 항상 어려운 가운데 처해 있는 것만은 아니다. 규모 있는 교회들보다 교인 한명이 늘어나는 것에 더욱 큰 기쁨을 맛보고 있기 때문이다. 또 돈이 어디서 들어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하루하루, 매달 재정 채워지고 있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주은교회(담임목사 최연호) 천현옥 사모는 “재정이 없는 상황에서 개척해 힘이 들었지만 하나님이 일용할 양식을 채워주시는 것을 경험하고 있어요. 특히 개척하고 나서 가정이 회복되는 것 같아 행복해요”라고 말했다. “전도, 목회하면서 개척을 안 해 본 사람들은 한 영혼에 대한 갈급함을 제대로 누리지 못해요. 그런 면에서 개척교회 목사는 행복해요”라고 말하는 최병윤 목사는 “개척해보니까 재미가 있다는 것을 느껴요. 먹을 것과 돈은 없어도 기쁨과 보람이 있어요”라고 고백했다.
개척교회 목사들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겪고 있는 것을 공유하면서 서로에게 한없는 위로와 격려가 됐다. 개척교회에 대한 다양한 노하우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척 교역자들의 목회에 대한 열정이 필요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개척 목사들은 먹을 것이 없고 돈이 없어도 한 영혼의 소중함을 인식하면서 열정을 갖고 달려가는 행복한 목회자가 되기를 꿈꾸고 있다.
이국희 기자 cookie022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