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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령을 의지하라
본문: 행16: 6-40

김성운 교수(고려신학대학원 선교학)

그리스도의 증인이신 성령

   사도 바울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많은 사람에게 복음은 미련하게 보입니다(고전1:23). 뿐만 아니라 그 복음을 전하는 전도역시 미련한 것입니다(고전1:21). 그런데 하나님은 그 미련한 전도를 통하여 자신의 백성을 부르고 구원하십니다. 선교사로 사역할 때 한국에 오면 종종 전도가 가능합니까? 교회가 세워질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자주 받았습니다. 철저한 신앙심으로 무장하고 공동체를 이루어 사는 철옹성과 같이 보이는 무슬림 사회에 저와 같이 평범한 몇 사람이 전도라는 미련한 방법을 사용하여 무슬림들을 그리스도에게 인도하고 교회를 세우는 것이 가능할까 하는 생각에서 그런 질문을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은  선교사였던 저도 종종 했습니다. 자신의 신앙에 대해 저토록 강한 확신을 지니고 있는 저 무슬림에게 전도를 하고, 내가 전하는 복음이 그의 마음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기독교인을 원수처럼 대하는 무슬림들이 사는 곳에 교회를 세울 수 있을까?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그런 일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합니까? 당연히 가능합니다. 주님을 의지하고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복음을 전하면 그런 일이 일어납니다. 

   전도가 사람을 회심시키고 그런 사람이 모여 교회가 세워지는 것은 성령께서 선교사들과 함께 일 하시기 때문입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먼저 성령께서 일하시고 선교사들이 성령의 이끌림을 받아 함께 일하기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납니다. 예수님은 고난을 당하시고 십자가에 달려 죽으시기 전 날 제자들에게 중요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것은 자신이 가시면 “아버지께로부터 너희에게 보혜사, 곧 진리의 성령을 보내실 것인데 그 성령께서 나를 증언하실 것이요, 너희도 처음부터 나와 함께 있었으므로 증언하느니라”는 말씀이셨습니다(요15:26-27). 그리스도에 대한 일차적인 증언은 성령께서 하신다는 말씀입니다. 성령께서 증언하시기 때문에 우리의 전도가 사람들의 마음을 변화시키고, 성령께서 역사하시기 때문에 교회가 세워지는 것입니다. 불가능하게 생각되는 일들이 가능하게 되는 것입니다. 성령은 그리스도를 증언할 뿐 아니라 선교를 주관하시는 분이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성령께서 어떻게 선교를 주도하시며, 어떻게 역사하시는지 알고 성령께 의지해야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종교적 활동이 자유로운 곳에서는 선교가 인간의 의지에 호소하고 성과를 내세우는 종교적 활동으로 전락할 위험에 처하고, 선교가 금지된 곳에서는 복음을 전한 엄두조차 내지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도행전 16장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빌립보 교회에 복음이 전해지고 교회가 세워지는 일들을 비교적 소상히 기록하고 있는 이 장은 선교의 주인이신 성령께 선교를 어떻게 주도하시는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1. 성령이 선교의 방향을 정하십니다(6-10). 

   선교를 주관하시는 분은 성령님이십니다. 2차 선교여행을 시작한 바울과 그의 동역자들은 먼저 아시아로 이어서 비두니아로 가려고 계획했지만 성령(예수의 영)은 그것을 허락지 아니하시고 그들을 드로아로 인도하셨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바울에게 보여주신 마케도니아 사람의 환상을 통해 바다건너 빌립보로 복음이 그리스로 전파되도록 인도하셨습니다. 성령님은 자신의 계획에 따라 길은 막으시기도 하고 여시기도 합니다. 우리가 잘 아는 아프리카 선교사였던 리빙스턴은 중국으로 가려고 했지만, 성령은 그를 아프리카로 인도하셨습니다. 또한 현대 선교의 아버지라 불리는 윌리엄 캐리는 폴리네시아로 가려고 했으나 성령께서는 그를 인도에서 사역하게 하셨습니다. 선교에서 우리의 노력과 비전, 계획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보다 다 중요한 것은 성령의 인도하심을 구하는 것입니다. 선교는 우리 인간의 일이 아니라 하나님의 구원사역입니다. 선교는 우리가 계획을 세우고 성령께서 도와주시고 능력을 주시도록 구하는 것이 아니라, 성령의 인도하심에 순종하며 나아가는 것입니다. 많은 인력과 재정을 투자한 선교활동이 중단되거나 실패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성령의 인도하심을 구하고 따르지 않아서 생겨난 것입니다.     



2. 성령께서 사람들을 회심시키십니다. 

   성령께서는 선교의 방향을 인도하실 뿐만 아니라 사람들 가운데 역사하셔서 그들이 그리스도 예수에게 나아오게 하십니다. 복음이 처음 전파된 빌립보에서 일어난 일들은 성령께서 선교사들을 사용하여 사람들을 어떻게 자신에게 나아오게 하시는지를 보여줍니다. 

1) 설교를 통하여(13-15): 루디아 

   주님께서는 바울의 설교를 통해 루디아의 마음을 여셨습니다. 루디아는 유대인들을 통해 하나님에 대해 배우고 복음을 받을 준비가 된 사람이었습니다. 바울은 루디아에게 복음을 전했고 주께서 그의 마음을 열어 루디아가 바울의 말을 따르게 하셨습니다. 예수님을 믿은 것입니다. 그리고 루디아뿐만 아니라 그의 집의 사람도 다 세례를 받고 그의 집이 유럽 최초의 교회가 되었습니다. 선교사들이 복음을 들고 들어가면 주님께서 이미 예비해 놓으신 그런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교회와 선교사는 아무리 어려운 곳에 가더라도 그곳에 주님의 음성을 기다리고 있는 루다아와 같은 사람이 있다는 것을 확신해야합니다. 사도 바울이 고린도에서 복음을 전할 때 주님께서는 환상가운데 말씀하셨습니다. “두려워하지 말며 침묵하지 말고 말하라 내가 너와 함께 있으매 어떤 사람도 너를 대적하여 해롭게 할 자가 없을 것이니 이는 이 성 중에 내 백성이 많음이라”(행18:9-10). 주님의 백성은 주님의 음성, 곧 복음을 알아듣고 주님께 나아오게 됩니다.(요10:16). 생명의 복음이 미련한 전도를 통해 열매를 맺게 되는 것이 이 때문입니다. 그래서 선교사는 그리스도인이 한 사람도 없는 곳에 파송을 받았을 때 망연자실 하지 않고 주님께서 예비해 놓으신 백성이 있으며, 자신이 전하는 복음을 통해 주님께서는 그들을 부르실 것이라는 부푼 기대로 담대하게 나갈 수 있는 것입니다.       

 
2)이적을 통하여(16:16-18): 익명의 귀신들린 여종 

   바울은 기도처로 가는 길에 ‘파이돈 신’이 들려 점을 하는 한 여종을 만나 그녀에게서 귀신을 쫓아내었습니다. 성경은 그녀가 회심을 했다거나 세례를 받았다고 말씀하고 있지 않지만 그녀 역시 구원받고 빌립보 교회의 일원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성령께서 사도바울이 그 불쌍한 여인의 몸에서 귀신을 나가게 하신 것은 그녀 스스로는 주님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녀는 여인이었습니다. 거기에다 노예였습니다. 귀신까지 그녀를 사로잡고 있었습니다. 그런 여인이 스스로 복음을 듣고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성령의 능력으로 이적을 베풀어 주심으로 그녀를 구원해 주신 것입니다. 

   오늘날에도 성령께서는 능력을 사용하셔서 자신의 백성을 구원합니다. 세상에는 귀신들린 여종처럼 자신의 능력과 의지로 복음을 듣고 주님 앞에 나아올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나님은 그들을 불쌍히 여기시고 성령의 능력을 보여주심으로 그와 그의 주변의 사람들이 주님께 나아오도록 만듭니다. 최근 무슬림들 가운데 성령의 역사가 나타나 무슬림들이 주님께 돌아왔다는 소식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복음을 자유롭게 전할 수 없고 주님께 나아오는데 많은 장애를 무슬림들을 하나님께서 사랑하시기 때문에 주님께서 베풀어 주시는 은혜라고 생각됩니다.      
 
3)고난을 통하여(16:19-40): 감옥의 간수

   귀신들린 여종이 고침을 받고 더 이상 점을 쳐 돈을 벌 수 없게 되자 종의 주인들은 바울과 실라를 고발했습니다. 바울과 실라는 자신들을 변호할 기회도 얻을 틈도 없이 심한 매질을 당하고 깊은 옥에 갇혔습니다. 바울과 실라는 복음 때문에 당한 고난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옥에서 기도하고 하나님을 찬송했습니다. 그때 큰 지진이 나고 옥에서 일어났던 일들로 인해 로마의 간수는 두려워하며 사도들 앞에 엎드려 질문했습니다. “선생들이여 내가 어떻게 하여야 구원을 받으리이까?” 사도는 간수와 그 집의 모든 사람들에게 주의 말씀을 전했고 간수와 그의 집이 그 밤에 세례를 받았습니다. 사도들이 겪은 고난을 통해 간수와 그의 집이 예수님을 믿고 하나님의 백성이 된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유럽의 빌립보 교회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고난을 통해 복음이 전파된 것입니다. 바울은 몇 년 후 로마 감옥에서 빌립보 교회에 서신을 쓰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형제들아 내가 당한 일이 도리어 복음 전파에 진전이 된 줄을 너희가 알기를 원하노라”(빌 1:12). 주님께서는 복음을 전하기 위해 고난을 즐겨 사용하십니다. 그리고 그 방법은 아주 효과적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자신의 삶과 복음전파에 고난이 함께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합니다. 고난 없는 그리스도인의 삶은 없고, 고난 없이 복음전파는 없습니다. 주님께서는 사울을 부르실 때 아나니아에게 “그가 내 이름을 위하여 얼마나 고난을 받아야 할 것을 내가 그에게 보이리라”(행9:16) 말씀하셨고, 바울은 그가 1차 선교여행 때 전도하고 세운 교회의 성도들에게  “우리가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려면 많은 환난을 겪어야 할 것이라”(행14:22)고 말하였습니다. 성령께서는 복음을 전하시기 위해 지금도 고난을 사용하고 계십니다. 이 사실을 직접 목격했던 카르타고의 교부 터툴리안은 “순교자의 피가 교회의 씨”라고 말했습니다. 


3. 성령께서 교회를 세우십니다.

   성령께서 선교의 주인이시라면 주님의 몸인 교회를 세우시는 분도 성령님이십니다. 빌립보에 세워진 교회는 루디아의 가정과 간수의 가정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을 것입니다. 그들은 루디아의 가정에서 모였을 것입니다. 이 연약한 신생교회를 두고 바울은 그 도시를 떠나야 했습니다. 그러나 빌립보 교회는 무너지거나 흩어지지 않았습니다. 바울 일행이 떠난 후에 교회도 교회는 생명력을 발휘했고 성장한 것으로 보입니다. 바울은 이 신생교회가 자신의 선교사역에 헌금으로 동참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고후11:8; 빌4:15-16). 이들의 후원 덕분에 바울은 데살로니가와 고린도에서 복음을 전파하는데 전력을 기울일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빌립보 교회가 든든히 성장해가고 바울의 선교에 동참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누가가 그곳에 남아 빌립보 교회를 도왔기 때문일 것입니다(행16:6; 20:5). 누가가 중요한 역할을 했겠지만 그는 드로아에서 바울을 만났고 겨우 몇 달 동안 바울의 동역자로 사역을 경험한 사람이었습니다. 바울과 실라가 빌립보 교회를 남겨두고 떠날 수 있었던 것은 성령을 신뢰하고 의지했기 때문입니다. 성령은 주님의 백성을 인도하시고 돌보시는 보혜사(Counselor, Helper)이십니다. 바울은 갈라디아 지역의 선교를 통해서 성령의 은사와 그리스도께서 주시는 직분을 통해 주님은 자신의 교회를 돌보시고 지키신다는 사실을 경험했습니다. 그래서 빌립보 교회를 성령께 의탁하고 떠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의 선교도 그러해야 합니다. 많은 교회와 선교사들은 선교지의 교회와 지도자들을 쉽게 신뢰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한국교회와 선교사의 눈높이에는 그들이 부족하게 보이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러나 선교지의 교회들은 우리의 교회가 아니라 주님의 교회입니다. 교회를 돌보는 것은 우리가 아니라 성령이십니다. 그러므로 성령께 의탁하고 맡겨야 하는 것입니다. 그때 선교지의 신생 교회는 성령의 인도하심을 받아 성장하게 됩니다. 선교지의 교회의 성도들이 성령을 바라보지고 의지하지 않고 선교사와 그들을 파송한 교회를 바라보고 의지한다면 생명력을 갖춘 교회로 성장할 수 없습니다. 선교지에 있는 많은 교회가 세워진지 수십 년이 지나도 여전히 연약하고 성장을 하지 못하는 것은 선교사에 대한 의존과 피선교지의 교회와의 종속관계를 끊어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중국교회의 예를 생각해봅시다. 중국교회는 2차 대전과 중국의 공산화로 인해 선교사들이 다 떠나고 성령에 의지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을 때 왕성한 생명력을 발휘했습니다. 



선교의 주인은 성령이십니다.   

   선교의 주인은 성령이십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선교가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성령의 인도하심을 구하고 성령의 능력과 도움을 받아야합니다. 우리 사람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바꿀 수 없습니다. 우리 사람이 하나님에 대해 죽은 생명을 살릴 수 없습니다. 우리 사람이 흑암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을 하나님의 아들의 빛의 나라로 이끌어 낼 수 없습니다. 그것은 성령의 사역입니다. 성령이 역사하시면 우리가 더듬거리며 전하는 복음이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키고, 우리의 설교가 생명을 살리고, 우리의 기도가 능력을 일으키게 됩니다. 아무리 어려운 지역이라도, 아무리 기독교에 적대적인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도 담대하게 복음을 들고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성령께서 인도하시고 함께 하시며 말씀과 이적과 고난을 통해 교회를 세우시기 때문입니다. 성령께서 우리들의 마음에 복음의 열정을 주시고 우리를 사용해 주시기를 간절히 소원하며, 성령께서 부르실 때 기꺼이 순종하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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