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 비상상황과 공예배에 대한 신학적⦁목회적 성찰

by kosin posted Feb 2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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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고신총회 신학위원장의 요청으로 고려신학대학원 교수회가 작성하였습니다>

 

국가적 비상상황과 공예배에 대한 신학적⦁목회적 성찰

 

고려신학대학원 교수회

 

1.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빠른 전파로 인해 한국 사회 전체가 큰 고통을 받고 있다. 특히 성도들 가운데 바이러스에 감염된 분들이 생겨나면서, 급기야 주일예배를 취소하고 온라인 예배 등과 같은 대체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16일 주일부터 일부 교회들이 이미 인터넷을 통한 예배를 시행하면서 한편으로 이 현상이 주일 성수와 공예배의 중요성을 약화시키게 된다는 우려도 생기고 있다.

 

2. 신앙생활에 있어서 공예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구체적인 한 장소에 모여서 유일하시고 참되신 삼위 하나님을 예배하는 공동체가 교회이다(신 4:10). 주의 이름으로 모인 곳(마 18:20), 즉 말씀이 선포되고 성례가 시행되는 곳에 교회가 있다.   따라서 성도는 모이기를 폐하지 않고 힘써 모여야 한다(히 10:25). 우리 신앙고백서도 신자는 어느 곳에서나 하나님을 예배해야 하고, 또 할 수 있지만, 공적 집회에서 더 엄숙하게 예배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집회를 임의로 소홀히 하거나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고 가르친다(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21:6). 성도는 질병 혹은 감염의 이유로 발생한 다양한 상황 속에서도 마음으로는 모여 예배하는 것을 더욱 사모해야 하며 혹여 예배에 참여하지 못하더라도 이를 안타깝게 생각해야 한다.

 

3. 공예배가 지극히 중요하지만 우리 신앙고백서가 가르치고 있듯이 공예배를 절대화시키는 위험에 빠져서도 안 된다. 무지와 미신에 빠져있었던 중세 시대의 신자들은 하나님께서 지켜 주실 것이라고 믿고 예배당으로 몰려들기도 하였지만, 그것이 오히려 전염병을 더욱 확산시켰던 역사적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종교개혁가들도 주일 성수에 대하여 매우 엄격한 입장을 취하였다. 하지만, 전염병이 돌았을 때,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라는 규범을 벗어나지 않는 한 피신을 가장 지혜로운 방법일 뿐만 아니라 하나님께서 허용한 방법이라고 생각하였다. 비록 칼빈이나 루터와 같은 위대한 목회자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남아있는 환자들을 돌보기도 하였지만 성도들이 예배당을 떠나 피신하는 것까지 금하지는 않았다.

 

4. 교회가 추가 감염을 예방하고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성도들을 일정기간 격리시키는 것은 성경적으로도 지지를 받을 수 있다. 레위기 11-15장의 정결법은 부정하게 된 사람이 성막과 공동체를 더럽히지 못하도록 진영 밖으로 격리시키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들은 히브리서 10:19-22에서 말하는 것처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보혈과 믿음과 회개를 통해 성도들이 제의적으로 성소에 들어갈 수 있는 정결한 몸과 마음을 얻게 됨으로 근본적으로 성취되었다. 하지만 레위기 15:31, 민수기 5:2-3과 19:20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공동체를 전염병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정결법 제정의 목적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적용될 수 있다. 교회와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해, 감염병에 걸렸거나 감염이 의심되는 성도들의 예배 참여를 제한하는 것은 위의 말씀들을 적절하게 실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5. 성경은 신자들이 국가와 사회의 평안을 도모해야 하는 의무를 가진다고 가르친다. 하나님께서는 심지어 포로로 잡혀간 이스라엘 백성이 그 성읍(바벨론)의 평안을 위해서 그리고 위정자를 위해서 기도하라고 명령하셨다(렘 29:7). 세상 통치자들을 위한 기도는 나라를 위한 성도의 의무이다(딤전 2:1-2,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23:4). 세상의 평안을 위해 성도들은 함께 기도하고 또 시민으로서 협력해야 한다.  이런 과정 속에서 교회는 평안 가운데 자신의 사명을 다할 기회를 얻고(렘 29:7, 딤전 2:2), 교회는 세상으로부터 신뢰를 얻어서 복음 전도가 더욱 더 큰 힘을 얻게 될 것이다.

 

6.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아주 부득이한 상황 속에서 교회가 공예배 외에 다른 형태의 예배를 시행하는 것은 성경의 가르침에 어긋난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이와 같은 예배들이 공예배의 중요성을 약화시키지 않도록 매우 제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 점에서 당회의 중요성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교회정치 121조 2항은 교회의 제반 예배를 주관하는 것을 당회의 직무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공예배 외의 특별한 형태의 예배들은 편의적이거나 자의적으로 시행되어서는 안 되며, 당회의 결정과 감독에 따라 질서 있게 시행되도록 해야 한다. 성도들은 당회의 결정이 미흡하더라도 하나님의 말씀에 어긋나지 않는 한 순종해야 한다.

 

7. 이와 같은 전염병들은 인간이 이해하기 힘든 하나님의 섭리로 일어난 것이기 때문에 코로나 발생을 어떤 구체적인 대상에 대한 하나님의 징벌로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조심해야 한다. 또한 전염의 위험 때문에 예배 처소에 모이지 않은 성도를 성급하게 불신앙으로 정죄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하나님을 시험하는 것과 본질에 있어서 동일한 것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마 4:6). 역병의 유행은 종말의 징조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성도들은 깨어 기도하여 주님의 재림을 소망하며 거룩한 삶을 살기를 힘써야 한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교회는 어려운 이들을 돌아보아야 하고 이웃들에게 필요한 예방 물품들을 공급하기를 힘써야 할 것이다. 바울 사도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우리가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포기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갈 6:9)

 

성경은 곳곳에서 신자들에게 두려워하지 말라고 명령한다. 코로나의 위협 속에서도 신자들은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그 이유는 신자들은 코로나에 걸리지 않거나 걸리더라도 낫기 때문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를 지키실 것이라는 약속을 주님으로부터 받았기 때문이다. 신자들은 오직 말씀 속에서 하나님의 보호하심을 확신해야 한다. 우리 개혁신앙의 선배들은 극한 환란과 고난 속에서도 “살아서나 죽어서나 유일한 위로는 나는 나의 것이 아니요, 몸도 영혼도 나의 신실한 구주 예수 그리스도의 것”(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제1문)이라고 고백하면서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였다. 이 신앙이야말로 오늘 우리 성도들에게 가장 필요한 개혁신앙의 힘이요 유산이다.

 

삼위 하나님의 평강이 고신 총회 산하 모든 교회에 있기를 소망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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