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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경영에서의 개혁자 요셉
창41:47-57, 창47:13-31
                                                               조 성 국(고신대학교)

  ‘종교개혁과 경제’라는 주제에서 볼 때 이원론적인 이해를 기초로 경제적 추구를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로마가톨릭교회의 가르침과 달리, 종교개혁자들은 그리스도인들의 직업생활을 소명으로 간주하여 긍정적으로 다루었다는 점에서, 종교개혁의 경제관은 ‘청지기’라는 표현으로 잘 요약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경제 혹은 경영의 맥락에서 청지기직 수행과 관련한 교훈은 사례로서 요셉관련 본문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성경을 읽다보면 경제 혹은 경영 문제와 관련하여서도 정말 지혜로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 중 단연 눈에 띄는 사람은 요셉입니다. 당시대 최고 선진국 왕이었던 바로가 요셉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와 같이 명철하고 지혜 있는 자가 없도다.”(창41:39). 바로는 요셉이 닥쳐올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고 이집트를 번영하게 할 수 있는 적임자로 여겨 총리로 임명하고 국가 경제 혹은 경영에 관련된 모든 권한을 위임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요셉은 한정된 자원을 지혜롭게 활용함으로써 위기에 직면한 이집트와 고대 근동사회와 하나님의 백성을 보존하였습니다. 그는 경제 제도 개혁을 통하여 이집트를 지속적으로 안정된 사회로 만들었습니다. 성경기록자는 앞에 언급한 바로의 평가를 인정하면서 성경에서 요셉의 지혜로운 경영의 특징을 의미 있게 기록하였습니다. 

  요셉이 총리가 된 것은 영적인 문제 곧 꿈의 해석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성경으로부터 요셉의 경제 혹은 경영 지혜에 관하여 말하는 것에 대해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요셉에게 계시와 그 해석에 대한 지혜를 주셨으나, 성경의 기록을 보면 경제적 해법과 운영에서 요셉의 경험과 실제적 지혜가 무시되지 않았습니다.

  요셉은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사업을 도왔습니다. 목축상황을 점검하여 아버지에게 보고하였습니다(창37:2, 14). 뛰어난 사업가였던 아버지 야곱을 보필하면서 경영의 지혜를 배웠습니다. 이후 이집트 고위관리 보디발의 가정 청지기직을 수행하면서 고대 선진국 사회의 경제활동을 경험하였고, 그곳에서 실적으로 능력을 인정받았습니다. 이후에는 왕의 죄수들 곧 이집트 고위관리들을 수감하였던 감옥에서, 죄수이지만 간수장의 조력자 역할을 수행하면서 이집트의 정치 및 경제 문제를 학습하였을 것입니다. 오늘날처럼 경제(경영)대학이 없었던 고대사회에서 이만하면 경제와 관련한 학습과 경험이 부족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요셉은 계시의 지식과 더불어 경영의 교육과 경험을 갖춘 사람이었습니다.

  바로가 요셉을 지혜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을 때 바로는 이집트의 국가경영을 위해 요셉으로부터 하나님이 주신 경영의 지혜를 기대했습니다. 지혜를 하나님의 직접 계시에만 한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계시의 원리적 지도를 받는 실제적인 지혜도 중요합니다. 하나님이 창조세계를 말씀으로 창조하셨다는 말은, 창조세계에 법칙을 부여하셨다는 것을 뜻합니다. 따라서 창조세계 안에서 발견되는 경제 혹은 경영 법칙들도 하나님이 부여하신 법칙으로 인정해야 합니다. 그 법칙들이 계시 규범의 지도를 받지 않을 때 종종 왜곡되지만, 정당한 지도를 받는다면 그 법칙들을 통한 경영은 효율성과 풍요를 얻게 합니다. 이 법칙에 따를 때 그리스도인이 아니어도 일반적인 경우 좋은 결과를 얻기 마련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그리스도인들도 청지기로서 경제 혹은 경영의 법칙들을 배웁니다. 경제와 경영의 지식이 세속적인 것이라고 말하지 말아야 합니다. 경영에 대한 지속적인 전문적 교육과 경험 없이는 지혜로운 청지기가 될 수 없습니다. 창세기 기록에서 요셉이 보여주는 실제적인 경영 지혜는 다음 몇 가지로 정리될 수 있습니다.


1. 미래를 위한 저축과 비축

  바로에게 주신 하나님의 꿈의 계시로부터 7년의 풍년이후 7년의 극심한 흉년이 닥쳐올 것을 안 후, 요셉은 7년 동안 계속되는 풍년의 때에 추수곡물의 오분의 일, 곧 20퍼센트를 매년 모아서 각 성의 창고에 비축해두도록 바로에게 제안하였습니다(창41:34-35). 요셉은 총리가 되었을 때 풍년의 잉여 곡물들을 위해 창고를 만들어 비축하였습니다. 아마 닥쳐올 극심한 흉년을 알았으므로 매년 20퍼센트의 목표량 이상, 가능한 최대량을 비축하려했을 것입니다. 각 성마다 비축된 량이 너무 많아 측량하여 기록하는 일을 멈추었을 정도였습니다. 

  아주 소박해 보이는 지혜이지만 이처럼 현재의 조건으로부터 저축 혹은 비축하여 모으는 일이야말로 가장 기초적인 경영의 지혜입니다. 성경은 이러한 행동을 지혜롭다고 말합니다. 잠언6:6에서 개미들이 여름과 추수기동안 많은 식량을 비축하였다가 겨울을 지내는 것에 대하여 ‘지혜’라는 단어를 사용하였습니다. 누가복음 16장에 기록된 불의한 청지기에 대한 예수님의 비유도 이 주제와 관련이 있습니다. 주인의 재산을 허비하던 그 청지기는 자신의 비리가 주인에게 탐지된 것을 알고는 쫓겨 난 이후의 삶을 대비하여 주인과 거래관계에 있던 사람들에게 호의를 베풀었습니다. 예수님은 비도덕적으로 판단되는 이 청지기의 행동을 도덕적인 관점에서 평가하신 것이 아니라, 단일 교훈을 전달하려는 비유 용법에 맞추어, 그 청지기가 미래를 위해 준비하였다는 그 특징에 관한 한, 지혜롭게 행동했다고 말했습니다. 

  마태복음 25장에 기록된 예수님의 달란트 비유에서도, 장사하여 남겨 비축해둔 것을 주인께 드린, 다섯 달란트, 두 달란트 받았던 청지기는 “잘 하였도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작은 일에 충성하였으매 내가 많은 것으로 네게 맡기리니 네 주인의 즐거움에 참여할지어다.”(마25:21)라는 칭찬을 들었습니다. 그들에게는 미래의 행복이 약속되었습니다. 그러나 아무것도 남기지 못했던, 한 달란트 받았던 사람은 비록 그 한 달란트를 허비하지 않고 드렸지만 “악하고 게으른 종”이라는 책망과 함께 그가 가지고 있던 것도 빼앗기고 주인의 집에서 쫓겨남으로써 암흑과 같은 미래 운명을 자초하였습니다.

  이에 비추어 지혜로운 청지기는 자신의 현재조건에서 남겨 가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입의 모든 것을 허비해버리는 일은 청지기가 할 일이 아닙니다. 주인은 허비할 권리가 있지만, 청지기는 마음대로 허비할 권리가 없습니다. 무척 단순한 원리이지만 이 기본 원리가 잘 지켜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만일 이 기본 원리를 지키지 않는다면, 그가 아무리 경건한 사람이어도 오래지 않아 파산 당하고 말 것입니다. 


2. 현실에 대한 냉철한 진단

  요셉이 총리가 되었을 때 가장 먼저 했던 일이 무엇입니까? 창세기41:46을 보면, “... 그가 바로 앞을 떠나 애굽 온 땅을 순찰하니”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요셉이 총리가 된 것을, 옛날 과거 급제 이후 동네를 돌며 자랑하던 것과 같은 것으로 생각하면 안 됩니다. 비록 요셉이 권세 있는 옷차림으로 수레를 타고 순찰할 때 백성들이 앞에서 엎드렸지만 요셉의 순회 순찰은 이집트 전체를 세심하게 살펴보기 위한 순찰이었습니다.

  비록 그가 이전에 보디발의 집에서, 그리고 왕의 죄수감옥에서 많은 것을 경험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많은 것을 들었지만, 그는 그 지식과 정보에 만족하지 않았음에 분명합니다. 그의 순찰은 현실에 대한 정확한 정보수집과 조사활동을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위기에 직면하게 될 이집트에 대한 경영실사였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는 문제 진단과 가능성 있는 정책수립을 위해, 먼저 자신이 직접 정확한 현실을 확인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요셉은 하나님의 꿈 계시가 모든 것이라고 여겨 곧바로 정책을 집행하지 않았습니다. 그 꿈 계시를 기초로, 또 그 계시 때문에, 그는 이집트 전체 영역을 현실적으로 파악하고자 했습니다.

  우리는 경제 혹은 경영과 관련하여서조차 현실감을 갖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우선 인간은 욕심을 제어하기 어렵기 때문에 합리적인 눈을 갖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비현실적인 희망이 현실을 지나치게 낙관하도록 만들기도 합니다. 그 결과 종종 무리수를 둡니다. 경제 혹은 경영 문제에서 인간이 얼마나 비합리적인 판단을 할 때가 많은지 모릅니다. 예컨대, 복권과 도박을 통하여 돈을 번다는 것이 합리적입니까? 그것은 경제 혹은 경영의 원리를 잘 아는 발행업자나 사업자들에게나 합리적입니다. 

  경영은 그 방향에 있어 영적이고 도덕적인 지도가 필수적이지만, 영적이고 도덕적인 교훈이 경영의 원리를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경제 혹은 경영의 원리는 철저하게 현실적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규모가 큰 단체는 경영 현실에 대한 전문적 진단을 필요로 합니다. 어렵기는 하지만 이 원칙을 고수하지 못하면 비경제적이어서 남기는 일을 계속하기 어렵거나, 장기적으로는 많은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습니다. 

  현실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진단을 위해서는 자료와 과정이 투명해야 합니다. 허위 혹은 조작된 자료는 현실진단을 불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종종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힘없이 무너지는 것은 자료가 투명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현실에 대한 철저한 진단은 무너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살리는 것이며, 적어도 최선의 길을 찾기 위함입니다. 

  경제 혹은 경영의 문제에 관한 한, 그리스도인들은 철저한 현실주의자입니다. 히브리적 사고는 그리스적 사고와 달리, 관념적이 아니라 현실적이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는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이해로부터 하나님의 도움을 구할 수 있습니다. 현실에 대한 이해로부터 가족과 타인들에게 협조를 구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와 도움의 결과도 현실에 대한 엄밀한 진단에서라야 더욱 밝혀지게 될 것입니다.


3. 철저한 과정 관리를 통한 효율성 제고

  요셉은 꿈 해석이후 바로에게, 명철하고 지혜 있는 사람을 택하여 국가를 관리하게 하고 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감독관들을 두어서 그 일을 효과적으로 집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하였습니다(창41:33-35). 잉여곡물을 비축하는 일에도 관리가 철저하지 못하면 성공적인 대비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잉여곡물의 수거방법, 창고건축과 보관 등에 있어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잉여 곡물을 충분히 수거하지 않는다면 곡물가가 하락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다음해에는 힘써서 농사하려 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창고가 충분하지 못하거나, 창고의 입지가 좋지 못하거나, 관리방법이 부적합하다면, 여러 해 보관하기는커녕 모아둔 곡물이 썩어버릴 것입니다. 동시에 부패한 관리가 많아서 중간에서 다 빼먹어버린다면 어떻게 극심하고도 긴 흉년을 대비할 수 있겠습니까?

  이러한 과정 관리에 대하여 창세기 기록이 상세하게 알려주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까운 흉년을 위한 준비가 완벽하게 이루어진 것을 보면, 요셉의 과정 관리가 얼마나 철저했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비축된 곡물이 충분하여 자국민뿐만 아니라 주변국가에까지 곡물을 제공하였기 때문입니다(창41:57, 42-47장).

  그리고 7년 동안 이어진 흉년 기간에도 비축된 곡물을 활용하는 일에서 철저한 관리가 확인됩니다. 흉년 첫해부터 곡물을 무상으로 풀어 나누어주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흉년의 때에도 요셉은 국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그냥 창고를 열지 않았습니다. 먼저는 백성들에게 곡물을 팔았습니다(창41:56). 인접국가와 부족들에게도 팔았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곡식을 절실하게 필요로 할 때였으므로 곡물 값을 인상하지 않더라도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농산물 판매로 국내 및 주변국의 상당한 돈이 고대국가 이집트 왕 바로의 수중에 들어왔습니다(창47:14-15). 화폐를 필요한 만큼 찍어낼 수 있는 오늘날과 달리, 고대사회는 금, 은 등 그 자체로 가치 있는 것들이 화폐로 활용하였으므로 흉년의 때에 이집트의 부는 더 늘었습니다. 물물교환을 통해 가축들의 소유권도 바로에게로 들어왔습니다(창47:15-17). 나중에는 이집트의 모든 토지와 노동권이 바로의 소유로 들어왔습니다(창47:18-23). 그 후 요셉은 이집트의 모든 자원을 관리할 수 있는 경제제도 개혁으로 토지법을 제정하였습니다. 고대국가는 명목상으로도 왕의 소유였지만, 바로 왕의 청지기 요셉의 지혜로운 관리에 따라, 실제로 왕의 소유가 되었습니다. 요셉은 바로 왕에게 정말 지혜로운 청지기였던 셈입니다.

  요셉의 국가 경영에는 허술한 데가 없습니다. 풍족할 때에도 느슨하지 않았고, 절실한 경우에도 결코 무리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경우에 한정된 자원들을 철저하게 관리하였습니다. 종종 계획은 거창하지만 실행에 철저성이 부족하여, 혹은 지혜가 부족하여 실패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습니까? 계획을 세우는 것보다 어쩌면 더 중요한 것이 과정을 관리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과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경영 혹은 행정입니다. 경제학 혹은 경영학은 신학과 철학처럼 목적의 학문이 아니라 과정의 학문, 곧 효율성의 학문입니다.

  수입과 지출의 관리에 충동과 같은 감정이 지배하지 않고, 합리적이며, 지속적이고, 철저한 태도는 융통성이 없는 태도가 아니라 지혜로운 태도입니다. 현실진단에서 세워진 목표와 과정계획에 따라 자원을 관리하되, 경직된 방식이 아니라 상황 변동에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경영은 도덕률과 달라서, 목적처럼 이상에 대한 불변의 기준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도덕은 이상에 관심을 갖지만, 경영은 현실에 관심을 갖기 때문에, 상황 변화를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요셉이 곡물판매계획을 처음부터 완벽하게 결정해 두었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는 백성들의 요구와 상황을 참고하면서 유연하게 대처하였고, 동시에 관리에 있어서는 끝까지 철저하였습니다.


4. 모든 사람의 유익을 위한 결과

  요셉이 곡물을 독점하여 백성과 주변국가의 돈을 거의 빨아들이고, 가축과 토지도 빨아들이고, 결국 모든 사람들이 바로의 노예로 전락하였으므로 오늘날의 관점에서 본다면, 가진 자의 편에서, 가진 자의 이익을 위해, 백성들에게는 정말 몹쓸 짓을 했다는 비난을 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경제 혹은 경영의 지혜를 통해 노예계급을 고착시키고, 토지법을 통하여 가진 자의 지배를 항구화한 사람이라는 비난 말입니다. 사회주의자들의 관점에서라면 요셉은, 해방자 모세와 정반대 편에 있는, 나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아야 할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오해에 빠지지 않도록 우리는 요셉과 관련된 성경기록을 잘 읽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요셉은 가진 자들을 위해 약자들의 속박하려고, 혹은 그 속박을 영구화하려고 이집트를 경영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요셉은 이집트를 극심한 흉년의 위기에서 건져내기 위해 국가를 경영하였습니다. 

  일반적으로 기근에 누가 가장 어려움을 겪습니까? 가난한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먼저 굶주리고 죽어갈 것입니다. 그러나 결과를 보면, 요셉의 지혜로운 경영은 가난한 백성들을 살렸습니다. 이집트 국민들과 가나안 백성들과 야곱의 가족들은 모두 요셉의 지혜로운 경영에 의해 이집트에 비축된 곡물로 7년이나 지속되는 극심한 기근의 때를 넘길 수 있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백성들이 생존을 위해 가축과 토지와 자신의 신분까지 포기한 것은 요셉의 강제가 아니었고, 더욱이 어려울 때 요셉이 곡물 값을 이전보다 더 올렸기 때문도 아니었습니다. 요셉은 그들이 매입을 위해 제안하는 것들을 다 받아주었습니다. 그들이 이렇게 된 것은 기근이 너무 장기간 계속되었기 때문입니다. 매점, 매석하여 필요한 때에 곡물 값을 올렸다는 어떠한 암시도 없습니다. 사람들이 이 문제로 억울하다고 생각하여 사회의 불안으로 이어지고 결국 폭동을 일으켰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백성들은 자발적으로 바로의 종이 되고자 했습니다. 그것이 당시대 경제제도에서 그들의 생존을 위해 유일하고도 안전한 방법이었기 때문입니다.

  더욱 의미 있는 것은, 요셉이 백성들에게 가혹한 사람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요셉이 백성들에게 토지법 개혁을 통하여 부과한 세 부담을 봅시다. 요셉은 국민들이 농사하여 거둔 곡물의 전량에서 오분의 일, 곧 20 퍼센트를 세금으로 부과하였습니다. 이 20퍼센트는 앞서 살펴본 것처럼 풍년의 때에 비축하기 위해 요구하였던 잉여량이었습니다. 세금이 오른 것이 아니었습니다. 

  후하게도 나머지 80퍼센트는 백성들이 자신들의 양식으로 삼고, 다음 해의 종자 씨로도 사용하게 하였습니다. 백성들이 계단식으로 지주들과 중간관리자들에게 뜯기면서 국가의 세금부담까지 감당해야했던 고대세계의 관례와 달랐습니다. 고대사회의 경우 종종 그 역이 사실이었습니다. 즉 80퍼센트는 국가와 지주와 중간관리자들에게 빼앗기고, 나머지 20퍼센트로 생존하는 삶이 고대 절대왕권 사회에서 오히려 통례였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요셉의 정책에서 이집트는, 모든 국민들을 명목상 바로의 소유가 되게 함으로써 그들을 생존의 문제에서 해방하였고, 동시에 끝없는 중간 사다리를 가진 계급체계에서 해방하였습니다. 사실 20퍼센트의 세금이란, 직접세와 간접세를 합하여 생각한다면 오늘날 선진국가의 세금 요구보다 더 적은 분량이 아니겠습니까?

  요셉의 경영은 경직되고 가혹한 것이 아니라, 너그럽고 유연성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집트사람들이 요셉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들이 이르되 주(요셉)께서 우리를 살리셨사오니 우리가 주께 은혜를 입고 바로의 종이 되겠나이다.”(창47:25). 요셉의 경영은 모두를 유익하게 했습니다. 둘 사이의 상생(相生), 혹은 윈-윈을 넘었습니다. 자신의 주인이었던 애굽 왕 바로를 크게 유익하게 하였고, 어려운 시기에 이집트백성을 유익하게 하였고, 주변국가와 부족을 유익하게 하였고, 결국은 하나님의 섭리에 따라 자신의 가족, 곧 하나님의 백성공동체를 유익하게 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인은 현실적인 관리에 철저하면서도 자신의 주인의 의중을 아는 사람입니다. 하늘의 주인이 사랑과 해방과 참된 복지를 위해 그를 사용하신다는 것을 압니다. 그리스도인은 타인의 유익을 위해, 그 유익도 감정적, 단회적 유익을 넘어, 영속적인 유익을 위해 자신의 청지기직이 의미하는 바를 실천합니다.

  종교개혁적 경제관이 의미하는 바를 요약한 지혜로운 청지기는, 경제 혹은 경영의 목표를 개인적으로 부자 되는 것에 두지 않습니다. 자기만족에 두지도 않습니다. 그가 경제 혹은 경영의 원리를 고수하는 이유는 모든 사람들을 유익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것이 자신의 주인이신 하나님을 위한 것이며, 그 주인을 영화롭게 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입니다.

  경제문제에 개인과 국가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한국사회를 어떻게 보시며, 어떤 입장을 견지하며 살아갑니까? 종교개혁 경제관을 가진 그리스도인은 자본주의자도 아니고 사회주의자도 아닙니다. 종교개혁 신앙을 가진 그리스도인들은 경제문제에서 현대의 이념들과 다른 세계관을 가지고 삽니다. 아주 소박해보이지만, 하나님의 말씀은 그리스도인들이 세계의 주인이 아니라 하나님의 청지기이며, 지혜로운 청지기가 되도록 요청하고 있습니다. 지혜로운 일의 수행을 위해서라면 경제 혹은 경영의 법칙이라는 의미에서 지혜가 필수적입니다. 하나님의 백성공동체를 유익하게 하기 위해, 주인이신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기 위해, 그 분의 뜻을 이루기 위해, 경제와 경영의 영역에서 우리가 요셉처럼 좀 더 지혜롭게 살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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